• 2023. 10. 19.

    by. 실천자

    1. 줄거리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 '플라워 킬링 문(원제: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기자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그랜의 '플라워 문'이라는 논픽션 소설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원작은 192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Oklahoma) 주에 거주하던 오세이지 부족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래 캔자스 주에서 살고 있었지만 1870년대 초 오클라호마 북동부의 바위투성이 인디언 보호 구역으로 쫓겨났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 그 땅에서 원유가 터졌고 원주민들은 어마어마한 부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세이지 부족은 '후견인 시스템'이라는 제도 때문에 자신들의 재산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인디언들의 수익을 관리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것이었습니다. 이 후견인은 오세이지 부족의 재산을 관리하며 지출을 승인했습니다. 이 후견인 시스템으로 인하여 오세이지 부족 전체에 큰 위기가 찾아옵니다. 후견인 노릇을 했던 많은 백인들이 오세이지 족의 원유 수익을 횡령하였으며 재산의 소유권을 강탈하기도 했죠. 또한 오세이지 부족의 주요 구성원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원작을 감명깊게 읽었고 스콜세지 감독의 팬인 저로서는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작에서는 자세히 소개되지 않은 장면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물론,  탐욕에 가득 찬 백인들의 야만성을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나온 메인 예고편과 최근 공개 된 스페셜 예고편을 보면 영화의 방향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하는 '윌리엄 헤일'이라는 인물은, 오세이지 부족의 최고 후견인 역을 하는 백인입니다. 하지만 그는 탐욕에 가득 차서 오세이지 부족의 모든 재산을 가로채려는 인물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어니스트 버크하트'는 윌리엄 헤일의 조카이며, 헤일의 심부름을 하며 택시 운전을 합니다. 극 중 인물인 '몰리'와의 결혼은 윌리엄 헤일에 의한 전략적 결혼일 수도 있는데 원작에서는 이들의 러브 라인에 대하여 자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과연 스콜세지 감독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며 연출해 낼지 매우 궁금한 부분입니다.

     소설 원작자 데이비드 그랜은 기자 특유의 객관적 시점으로 최대한 담백한 어조로 오세이지 부족의 비극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 제작 소식을 접했을 때 디카프리오가 당연히 오세이지 부족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FBI요원 '톰 화이트'를 연기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사실 톰 화이트가 주인공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비하인드 스토리에 의하면, 원래 디카프리오가 '톰 화이트' 역할이었지만 디카프리오의 강력한 요청으로 역할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강력하게 원했던 이유는, 디카프리오가 로버트 드 니로와의 제대로 된 공연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럴 경우 시나리오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기에, 시나리오 작가가 크게 반대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협의를 거쳐 지금의 시나리오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2. 예고편 리뷰

     

    예고편을 보며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어니스트 버크하트가 드 니로가 연기하는 ,윌리엄 헤일에 의하여 오세이지 부족과 연결되고 헤일의 탐욕에 대하여 일정 부분 방관하며 편승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몰리에 대한 사랑과 양심의 가책으로 인하여 내면의 갈등을 겪는 내용이 주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니스트 버크하트는 스콜세지 감독이 본인의 작품들에서 다뤄왔던 인물상과 비슷합니다.

     

     영화는 오세이지 부족의 비극을 통하여 야만적인 미국의 초창기 시절을 보여주며, 윌리엄 헤일의 이중적이고 사악한 모습 속에 미국의 이중성을 빗대어 그려내지 않을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티저 예고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디카프리오가 내레이션으로 '이 사진에서 늑대들을 찾을 수 있는가'라고 읊조리는 부분입니다. 악의 상징인 윌리엄 헤일뿐만 아니라 오세이지 부족 주변의 대부분의 백인 후견인들이 부족의 멸절을 꾀하는 악의 집단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오세이지 부족의 고통을 넘어 미국이 처음 개척되던 시절 무자비하게 희생당했던 원주민들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스콜세지의 두 페르소나인 드 니로와 디카프리오가 동시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콜세지 감독 작품에 두 배우가 동시에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원래 영화 아이리시맨 제작 때 디카프리오도 참여한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었습니다. 

     

     예고편에서 디카프리오의 얼굴이 다소 나이가 들어보입니다만 이것은 실제 어니스트 버크하트의 사진을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윌리엄 헤일을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와의 연령대 균형을 맞추기 위한 분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배우 드 니로의 눈빛 연기를 보노라면 정말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3. 원작과의 비교

     

     소설과 영화 원제 모두 'Killers of the Flower Moon'이나, 한국에서는 '플라워 킬링 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합니다. 사실 이 제목은 원작 소설 초반부에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불안할 정도로 커다란 달 아래서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이 되면 자주달개비, 노랑데이지처럼 키가 좀 더 큰 식물들이 작은 꽃들 위로 슬금슬금 번지면서 그들에게서 빛과 물을 훔쳐가기 시작한다. 작은 꽃들의 목이 부러지고 꽃잎들은 팔랑팔랑 날아간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땅 속에 묻힌다. 그래서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5월을 꽃을 죽이는 달(flower-killing moon)'의 시기라고 부른다.

    저는 이 부분이 소설의 주제를 완벽하게 짚어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개봉 제목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제목이라 생각합니다. 

    4. 반응과 평점

     <플라워 킬링 문>은 이번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모두의 기대작인 만큼 이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과연 첫 반응은 어땠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역대 최고의 스콜세지 영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중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입니다. 그의 마스터다운 연출이 강렬하게 드러난 역작이라는 평가입니다.  그의 전작들보다 훨씬 좋다는 평가도 나와 스콜세지 감독의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아직 표본은 적지만 로튼토마토 지수 97%, 메타크리틱 지수 91점으로 압도적인 호평을 기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것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아메리칸 원주민, 특히 오세이지 부족이 겪은 끔찍한 사건을 그리며 차별과 인간 탐욕의 역사를 선명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연기에 대한 칭찬도 가득했는데요, 이 영화에서 드 니로의 연기는 다른 스콜세지 영화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좋았다는 평부터, 디카프리오의 인생 최고의 연기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두 베테랑의 연기보다 극중 '몰리'를 연기한 '릴리 글래드스톤'의 연기가 단연 압권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릴리 글래드스톤의 연기를 극찬하며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에 반드시 노미네이트 되어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타났습니다.